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하 최승현 변호사입니다. 고인이 남긴 마지막 뜻이 담긴 유언장. 그 내용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전 재산을 장남에게 물려준다" 또는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언 앞에서 다른 상속인들은 허탈함과 함께 모든 것을 체념해야만 할까요? 많은 분들이 고인의 유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과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우리 법은 고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바로 '유류분' 제도입니다. 이 글에서는 유언의 효력과 상속인의 권리인 유류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당신의 정당한 몫을 찾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상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유언과 유류분의 기본 개념
상속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언'과 '유류분'이라는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 둘은 때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법체계 안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유언은 피상속인(고인)이 자신의 재산을 사후에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남기는 최종적인 의사표시입니다. 법에서 정한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등)을 따르면 유언은 강력한 법적 효력을 가지며, 이를 '유언 자유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고인은 자신의 재산을 법정상속 순위나 비율과 관계없이 특정인에게 주거나 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집니다.
반면, 유류분은 이러한 유언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제도입니다. 법은 상속인 중 일정 범위의 사람들에게 상속재산 중 최소한의 비율을 보장해주는데, 이것이 바로 유류분입니다. 유류분 제도의 취지는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거나, 피상속인과 함께 생활하며 부양을 기대했던 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남은 가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습니다. 즉, 고인이 유언으로 모든 재산을 한 명에게 몰아주더라도, 다른 상속인들은 자신의 유류분만큼은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유언 자유의 원칙 vs 유류분권
우리 민법은 개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존중하는 '유언 자유의 원칙'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상속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상속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유류분권'이라는 최소한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합니다. 따라서 유언이 유류분을 침해하는 경우, 유언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류분 권리자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여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습니다.
유언이 있을 때 유류분 청구가 가능한 이유
많은 분들이 "유언장이 있는데 어떻게 재산을 달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질문하십니다. 유언은 고인의 마지막 의사이기에 법적으로 존중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우리 법은 '유언의 자유'가 다른 상속인의 생존권이나 기여분을 완전히 무시할 정도로 절대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류분 청구가 가능한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민법 제1112조부터 제1118조까지는 유류분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상속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에 해당합니다.
즉, 유언의 내용이 특정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했다면, 그 유언은 유류분을 침해하는 범위 내에서 효력이 제한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전 재산 10억 원을 장남에게만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겼고, 자녀가 장남과 차남 둘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차남의 법정상속분은 5억 원(10억 원 × 1/2)이며, 그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절반인 2억 5천만 원(5억 원 × 1/2)입니다. 아버님의 유언으로 인해 차남은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자신의 유류분 2억 5천만 원이 전부 침해된 것입니다. 따라서 차남은 장남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억 5천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유류분 제도는 유언의 효력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속인의 최소한의 권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법적 장치인 셈입니다.
유류분 침해는 '무효'가 아닌 '반환 청구'의 대상
유언이 유류분을 침해했다고 해서 그 유언 자체가 처음부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언은 일단 유효하지만, 유류분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부족한 부분을 반환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며, 정해진 기간 내에 반드시 청구권을 행사해야만 자신의 몫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유류분 권리자와 청구 조건
그렇다면 누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으며,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요? 모든 상속인이 유류분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법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자(유류분 권리자)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권리자가 보장받는 유류분의 비율도 다릅니다. 이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 유류분 청구의 첫걸음입니다.
유류분 권리자는 피상속인과의 관계에 따라 순위가 정해집니다. 1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과 배우자입니다. 2순위는 피상속인의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이며, 3순위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입니다. 선순위 상속인이 있는 경우 후순위자는 유류분 권리를 갖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있다면 부모는 유류분 권리자가 될 수 없습니다. 각 권리자의 유류분 비율은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특정 비율로 계산됩니다.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을 보장받습니다. 청구 조건은 간단합니다. 유언이나 생전 증여로 인해 자신이 보장받아야 할 유류분액보다 적은 재산을 상속받았을 때, 그 부족분에 대해 청구가 가능합니다.
| 유류분 권리자 | 유류분 비율 | 비고 |
|---|---|---|
|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자녀, 손자녀 등) | 법정상속분의 1/2 | 최선순위 상속인 |
| 피상속인의 배우자 | 법정상속분의 1/2 |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동순위 |
|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부모, 조부모 등) | 법정상속분의 1/3 | 직계비속이 없는 경우 상속인 |
|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 법정상속분의 1/3 |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 상속인 |
청구 절차와 시효
자신의 유류분이 침해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구체적인 반환 청구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복잡한 계산과 법적 판단을 요구하며, 무엇보다 '소멸시효'라는 엄격한 시간제한이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시효가 지나면 정당한 권리가 있더라도 주장할 수 없게 되므로 신속한 대응이 중요합니다.
먼저, 유류분액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재산을 확정해야 합니다. 이는 피상속인이 사망 시 남긴 재산에 생전에 증여한 재산을 더한 후 채무를 공제하여 산정합니다. 특히 공동상속인에게 한 증여는 기간 제한 없이 합산되며, 제3자에게 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사망 전 1년간 이루어진 것만 포함됩니다.
이렇게 산정된 기초재산에 자신의 유류분 비율을 곱하면 본인의 유류분액이 나옵니다. 이후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이 유류분액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부족한 금액만큼을 재산을 많이 받아 간 다른 상속인이나 수증자(증여를 받은 사람)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내용증명을 통해 반환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를 먼저 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에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놓치면 안 되는 유류분 청구 소멸시효
유류분 반환청구권은 매우 짧은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권리자는 상속의 개시(사망)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몰랐더라도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두 기간 중 어느 하나라도 먼저 경과하면 권리를 잃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 분쟁 사례와 전문가 조언
유류분 분쟁은 가족 간의 감정적인 문제와 복잡한 법리가 얽혀있어 당사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분쟁 양상을 살펴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임종 전 오랜 기간 자신을 간병한 딸에게만 시가 2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증여하고, 나머지 자녀들에게는 아무런 재산을 남기지 않은 채 사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른 자녀들은 아버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체념하려 했지만, 1년의 소멸시효가 임박한 시점에서 자신들의 유류분 권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아파트 증여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됩니다. 다른 자녀들은 각자의 유류분 비율에 따라 침해된 금액을 계산하여 아파트를 증여받은 딸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는 아파트의 정확한 시가 감정, 다른 사전 증여 재산의 존재 여부, 기여분 주장 등이 복합적으로 다투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며, 일반인이 혼자 진행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따라서 유언의 내용을 확인하고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판단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변호사의 조력을 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복잡한 재산 내역을 분석하고 단기 소멸시효에 맞춰 신속하게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상속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법무법인 태하와 상의하여 본인의 정당한 권리를 확인하고 지키는 과정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